• 최종편집 2023-09-22(금)
 

위치 : 전남 화순군 화순읍 안양산로

 

무등산양떼목장으로 오르는 안양산로에는 이미 초여름이 시작됐다. 방금 지나온 화순군 중심 거리가 어느새 먼발치로 보일 때쯤 무등산양떼목장에 닿았다. 목장은 안양산이 화순 땅을 향해 벌린 너른 품의 시작점에 자리한다. 호남을 듬직하게 보호하고 선 무등산이 남쪽으로 줄기를 뻗어 이룬 산이 안양산이다

6-1 건초 먹이주기 체험.jpg
건초 먹이주기 체험

 

 

6-1 건초먹이주기체험장.jpg
건초먹이주기체험장

 

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 경관을 눈에 담았다. 지역 이름 화순(和順)에 담긴 조화로움과 유순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 보이는 지형이다. 수려한 산세와 양 떼의 모습이 어우러지니 유럽의 절경이 부럽지 않다. 주차장에서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입구가 나왔다. 입장권은 잘 보관해야 한다

 

건초먹이주기체험장에서 건초를 교환하는 쿠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다랗게 출력된 입장권에 주의 사항과 관람 코스까지 있어 팸플릿 역할도 한다. 무등산양떼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오후 6(월요일 휴장), 입장료는 대인 7000, 소인 6000원이다.

 

양 떼를 만나기 전, 초식동물 몇 종류가 사는 울타리와 축사를 볼 수 있다. ‘마테호른이라고 불리는 미니당나귀, 무플론, 유산양, 돌산양, 토끼 등이다. 나른한 시간을 보내던 동물들이 여행객의 출현에 잠시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울타리 너머로 몇 번 불러보다 녀석들의 느긋한 휴식을 방해할까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6-1 무등산양떼목장 산책 길.jpg
무등산양떼목장 산책 길

 

 

6-1 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 전경.jpg
정암 조광조 선생 유배지 전경

 

축사를 지나면 무등산양떼목장의 본격 관람 코스다. 드넓은 초원을 따라 길 양옆으로 울타리가 있다. 언덕 저편에 유럽풍 집 한 채가 보이고, 그 뒤로 산이 둘러싼 풍경이다. 뾰족한 지붕과 부드러운 능선이 대조를 이룬다. 어릴 때 본 목장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이 펼쳐진 순간이다

 

유럽풍 집은 관리사로 쓰기 위해 지었는데 현재는 비워뒀다. 방문객이 목장 길을 따라 걷다 잠시 들러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

무등산양떼목장에는 현재 양 150여 마리를 방목한다. 그중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양들이 건초먹이주기체험장에 있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데, 이를 증명하듯 건초 바구니를 들고 서 있으면 당장 울타리라도 넘을 기세로 달려온다.

 

문을 열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양이 갑작스럽게 다가와도 겁낼 필요 없다. 순한 양이란 표현이 괜한 말이 아닌 듯, 양은 그저 바구니에 담긴 건초에 집중한다. 기운이 넘쳐도 공격성이라곤 전혀 없는 양 떼와 만남이랄까. 이때를 놓칠세라, 푹신한 털이 난 머리를 쓰다듬으면 맛나게 건초를 씹던 양이 먹이 주는 이를 쳐다본다. 양의 말간 눈빛과 시선 교환을 할 수 있는 순간이다. 어린아이도 겁내지 않고 양 떼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곧잘 해낸다. 함께 온 자녀보다 신이 나서 양 떼에게 먹이 주는 놀이에 빠진 부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1.jpg
영벽정 옆으로 달리는 기차

 

마지막 코스는 화순고인돌유적이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 3km에 고인돌 596기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덮개돌 하나에 100~200t이 족히 넘는데, 처음 보는 순간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이 거대한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 고인돌처럼 커진다. 고인돌은 선사시대 무덤으로, 땅에 시신을 묻고 큰 돌을 얹은 형태다

 

주로 권력자의 시신을 묻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고인돌 주변에서 무기와 토기, 장신구 등 유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화순고인돌유적은 괴바위지구, 관청바위지구, 달바위지구, 핑매바위지구, 감태바위지구, 대신리발굴지, 고인돌채석장 등으로 나뉜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영혼이 묻힌 곳에서 잠시 산책하며 화순 여행을 마무리한다

·사진 : 이시우(여행 작가)

태그

전체댓글 0

  • 6502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어린 양과 눈 맞추며 산책하는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교통환경신문